본문 바로가기
이야기

집 계약, 요즘 나의 변화들

by miyaong 2018. 8. 11.

한 주가 휘리릭 하고 빨리 지나갔다고 느꼈는데

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니 참 긴 한 주였다.

저번주 주말 부터 이번 주 초 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퇴근 후엔 집 보러 다녔었는데

못 구할 것 같던 집을 드디어 찾았고, 마음에 들어서 수요일에 결정하게 되었다.

어제는 집 주인분과 만나 계약서도 썼다.


그 전 주부터 더위에 땀을 흘려가며 중개인들과 하루에 세 집에서 다섯집을 본 지

한 5일 째 였던 것 같다.

퇴근하면 집 보고 돌아와서 침대에 기절 하는 나날들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아서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.


은행에 가서 버팀목 전세 대출도 알아 보고, 대출 상담 직원분이 꼼꼼히 알려 주시고

그 후로도 계속 전화로 시도 때도 없이 여쭤봐도 친절히 알려 주셔서

서류 준비도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.


직장에서는 날 챙겨주는 몇몇 분들이 계시고, 그런 분들 덕에 입사 초기 때 부터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었다.

3개월이 다 되어가다 보니 그 모든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.

내게 다가온 사람들과,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겠다는 마음이 드는 토요일 아침이다.


연락을 뜸하게 하고 지내던 사람과도 만나고, 그동안 늘 사람들에게 다가 가지 못하고 숨어만 지냈던 날들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.

힘든 시간이었지만 손 내밀면 그 자리에서 잡아 줬을 사람들이 많았는데.

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내가 베풀 수 없을 땐 아무도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

나에게 있어서 고치기 힘든 본성 같다.

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.


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했을 때

여러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. 힘든 상황에서 불구하고 밝음을 읽지 않을 사람.

그런 멋진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.


요즘 나의 변화는


1. 목소리나 말투, 톤이 조금 더 밝아졌다. 내 기준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경우도 많다. 약간 또랑또랑 해짐. 침체되어 있을 때랑은 좀 달라짐.


2. 현상을 단순하게 바라보려고 애쓴다. 예전엔 어떤 사람의 행동과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의미 부여를 했었다면, 이젠 거의 그러지 않게 되고 있다.

그 행동들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그냥 기분 좋은 것으로 끝나고,

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딱 거기서 약간의 불쾌함을 느낀 걸로 끝낸다.

더 끌어들여서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다.


3. 죽음에 관해 생각할 때 두려움이 적어졌다.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겐 죽음이 한없이 두렵다. 그렇지만 밝은 곳으로 나올 수록 죽음이라는 것은 삶에 필연적이며, 잘 준비해야 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된다.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있기에 삶을 더 빛나게 살아야지,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것이다.

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죽음을 맞기 위해 삶을 더 잘 살아내고 싶다. 라는 의지가 조금씩 생긴다.


4. 보리차를 끓여 먹기 시작했다. 사실 보리차가 찬 성질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고 한다. 어릴 때는 엄마가 끓여 주는(델몬트 오렌지주스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차갑게 식힌)보리차를 달고 살았는데, 커가면서는 생수나 정수기물만 접했다. 근데 늘 물만 마시면 체하는 것 같고 느글거리고, 메스껍다고 해야 하나... 그래저 정말 심.각. 할 정도로 물을 안 마시고 살았다. 갈증이 심할 때는 반 컵 도 안되게 마시는 정도.. 거의 목만 축였다는게 맞을 것 같다.

근데 이번 여름 최강 더위를 맞으면서 미치도록 물이 먹고 싶었고, 갑자기 생각난 게 어릴 적 먹던 차가운 보리차였다. 보리는 성질이 차서 안그래도 찬 내 몸에 별로 안좋은 것은 아닐까? 싶으면서도 가끔 너무 생각나고 마시고 싶었는데, 최근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보리차의 성분이 따뜻한 것이라고 한다. 더 안심하면서 마실 수 있을 듯...

나의 경우엔 작은 스텐레스 냄비에 수돗물을 넣고 팔팔팔 끓인다음에 불을 끄고 동서보리차 티백 1개를 넣은 후 10분-15분 정도 뚜껑을 닫고 우린 다음 티백을 빼낸다.

그리고 뜨거운 보리차가 다 식으면 그대로 김치냉장고 윗칸에 보관해두고 컵에 따라 마신다. 요즘은 보냉 텀블러에 시원하게 담아서 회사에도 들고 간다.

확실히 생수, 정수기 물을 먹을 때와는 다르게 빈 속에 마셔도 속이 편안하고

갈증도 빨리 멎는다.

그리고 현미밥을 뜨겁게 지은 다음 얼음장같이 차가운 보리차를 부어 김치랑 먹어도 여름에 이만한 상차림은 없음. 이젠 물 안 먹는 사람에서 물 자주 먹는 사람 될 것 같다.

몸에 제대로 수분 공급을 해 줄 수 있을 듯.





이사 가면 블라인드를 하거나 여리여리 하얀 커튼을 하고 싶다.

지금의 암막 커튼은 예...기운이 저랑 맞지 않습니다..ㅠ 레일+암막 커튼인 건 좋은데

내 취향과 1도 맞지 않는 골드그레이 색의 휘황찬란 무늬커튼

새로 갈 집만큼은 내 취향대로 잘 꾸며 보고 싶다.

단촐하지만 안락하게.ㅋㅋㅋ




'이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이석원-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  (0) 2018.12.19
오늘의 계획  (0) 2018.08.11
요즘  (0) 2018.06.09
비 오는 날의 일상  (2) 2018.04.14
호밀빵 샌드위치, 화홍 빽붓  (0) 2018.04.14